모든 과정을 현지업체의 지원 없이 우리 독자적인 기술력을 접목하여 러시아에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였습니다. KOTI, 삼우설계와 함께 분야별 성과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러시아 현장조사 전수 없이 국내에서 사전 검증 회의를 거쳤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10년 전 러시아 진출이었는데 만약 다시 사할린 공항에 대한 설계를 진행한다면 우리나라 이주민을 떠올리며 보다 한국 문화가 반영된 공항을 계획하고 싶습니다.

인천국제공항 후보지 선정부터 시작하여 부지조성설계, 공항시설설계, 그리고 마침내 개항한 2001년 3월은 평생 잊지 못하는 날입니다. 초창기 설계 시 해무로 항공기 안전운항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반대 여론에 밤낮없이 검토서를 작성하여 인천공항공사까지 하루에 수십 번을 출입하며 감독들과 토의하였습니다. 또한 설계오류 최소화를 위한 컴퓨터 종합시뮬레이션을 최초로 수행하는 등 국내 공항설계 기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공항설계 하면 대외적으로 유신을 떠오르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우리 공항부 직원들이 자랑스럽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T4프로젝트는 그간 해외사업에서의 경험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유신이 주도하여 수행해 왔던 다른 해외 프로젝트와는 달리 다수의 다국적 설계사가 동등한 지위를 가지며 협업하는 독특한 사업구조였습니다. 때문에 단순한 사안의 결정에도 많은 토의와 시간이 소요되어 개인적으로 의아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복잡한 사안들이 있을 때, 가장 먼저 검토하여 가장 먼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한국 기술자인 경우가 대단히 많았다는 점입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에 도달하고자 강구하는 한국인의 특성이 세계적인 관점에서도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닌 비범한 가치임을 느끼고 있습니다.